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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산문집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하완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야매 득도 에세이

by 메멘토모리:) 2024.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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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글쓴이/그린이. 하완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었다.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인가.'

억울한 마음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됐지만

그림 의뢰도 거의 없고 결정적으로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놀고먹는 게 주된 일이 됐다.

이제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되어

더욱더 게으르게 살다 보니

열심히 살지 않는데 도가 텄다.

특기로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이 있다.

다수의 책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그림책도 한 권 있지만 굳이 밝히지 않겠다.


현명한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현명한 포기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 버리는의지박약과는 다르다.

적절한 시기에 아직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로 이렇게 열심히 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멈춰 섰다. 그게 전부다.

그러니까 딱히 품은 뜻이 있거나 대책이 있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건 내 인생을 걸 실험이다.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둥둥!

여행은 시작됐다.


'출발 신호가 울리면
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걸어갈 거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러니까 그런 날 편하게 봐줬으면 좋겠어.
나도 편하게 생각할 테니까.'



1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단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 노력이 우리를 배신할 때 |

노력은 항상 우리를 배신하기 때문에

노력하면 할수록 자꾸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원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아.

노력으로 다 된다는 말도 거짓말이지.

알겠어?

네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 내 열정은 누굴 위해 쓰고 있는 걸까 |

내 생각에 열정은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열정 같은 거 없어도 우리는 만 잘한다.

정말 좋아서 하는 일도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거기에 열정까지 요구하는 건 좀 너무하다 싶다.

안 생기는 열정을 억지로 만드는 건 스트레스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하던 일을 하면 된다.

언젠가 열정은 저절로 생긴다.

지금 하는 일일 수도 있고, 다른 일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 열정을 쏟으면 된다.


| 길은 하나가 아닌데 |

세상에는 많은 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미 많은 것을 포기했으니 그것 또한

포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너무 괴롭거든 포기해라.

포기해도 괜찮다.

길은 절대 하나가 아니니까.


2부.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방전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좀 덜 하고,

노력도 좀 덜 하고,

 

후회도 좀 덜 하면 좋겠다.


| 어른은 놀면 안 되나요 |

욕망에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놀고 싶으면 놀아야지. 명분은 그다음에 찾자.

그렇게 놀면서 찾은 두 번째 명분은
바로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한 잠깐의 방황'이었다.

명분이 좋다. 그래,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설득력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고민하니까.

어쩌면 지금 내 방황의 이유는 모두 놀기 위한
명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놀고 싶은 거다.


| 나를 채우는 시간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어쩌면 우리는 정말 원하는 걸 모르고 헛된 것들로
허기를 채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 아직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

나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내 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들을 얻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그 많은 걸 바란다고?

간절함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건

일을 안 하거나 돈을 벌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은 노는 게 좋아서 노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난 일하고 돈을 벌 것이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만 한다.

단, '열심히'의 논리 때문에 내 시간과 열정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 혼자만의 시간 |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조금 익숙해졌나 싶다가도
사람 때문에 참 힘들었다.

어느새 내 마음엔 격언처럼 한 문장이 자리 잡았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언제나 사람.


| 마이 묵었다 아이가 |

나는 왜 내 나이가 창피할까?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건데,
그런 것들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아마도 그 마음의 바탕에는 '이 나이 먹도록'이라는
정서가 깔린 것 같다.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젊을 때 했던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후회하고, 방황하는 나라서

나이 먹은 걸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게 아닐까?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나는 '이 나이 먹도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나 보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인가?


3부. 먹고사는 게 뭐라고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어쩜 저렇게 분명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반면 나처럼 좋아하는 건 많지만

강렬하게 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괜찮다. 억지로 찾지 마라. 언젠간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안 찾아올 수도 혹은 너무

미세한 느낌이라 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대단하진 않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보이지 않을까?

이런 일은 싫다든지,

이런 쪽으로 더 해보고 싶다든지.

그럴 때마다 선택하며 나아가면 된다.


| 꿈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교육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낡은 가치관을 강요한다.

'꿈'이 아닌 '성공'을 가르치는 교육 말이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태도를 싹 바꿔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말한다.

마음껏을 펼치라고,

마치 한 가지 밖에 없다는 듯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맞는 소리임에도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꿈을 꾸고 이루는 것이

어려운 '정답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그 길로 안 가면 손가락질 받는다.

이런 분위기에서 꿈을 꾸라니요?

꿈꾸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꿈이 없냐니요?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 돈 벌기 싫다 |

일하지 않는 사람들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이렇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한심하고, 바르지 않고,

게으르고, 비열하고, 무능한 이미지다.

일하지 않은 사람은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니,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을 넘어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빚 없는 삶 |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신용카드를 만들어본 적도,

사용해 본 적도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다.

신용카드는 일단 빚을 지는 거다.

내 통장에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돈을 쓸 수 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내가 쓴 돈을 카드회사에 갚는다.

그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

기간이 짧아서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건 대출이다.

미래의 내가 벌 돈을 미리 당겨서 쓰는 것.

이래저래 나는 대출이 싫다.

지금 당장 지불 능력이 없는데

누군가로부터 혹은 내 미래로부터

돈을 빌려 무리해서 무언가를 가지고 싶지 않다.


4부.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다.


| 느려도 괜찮다 |

지금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면

아마도 뒤처진 게 맞을 거다.

하지만 뒤쫓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느린 건 창피한 게 하니다.

인정하자.

우린 뒤처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뻔뻔함이 너무 좋다.

이왕 늦은 거 천천히 가면 어떨까?

인생도 더 길어졌는데 빨리 가서 뭐 하려고 그러나.


| 안 되는 게 정상 |

' 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

어쩌면 내가 선택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지극히 정상이다.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는 지금이 정상이다.

괴로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 어쩌다 이런 어른이 됐습니다만 |

' 당신 같은 어른은 되고 싶지 않네요.'

' 한마디 하겠는데, 되고 싶다고 다 되는 줄 안 다면 크게 착각하는 거다. '

'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살다 보니 그런 어른이 됐을 뿐.

아직 꿈꾸던 모습이 되지 못한 을 보며

괴로워하진 않았으면 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지금의 내 모습

꽤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을 이뤄야만 행복한을 살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을 이루지 못했다고 행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꿈이 뭐라고.

꿈을 이룬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루지 못해도 그만이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실패한 인생이란 없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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