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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산문집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이정하 산문집

by 메멘토모리:)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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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
저자
이정하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05.10.19

 


「이정하」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남.

1987년 경남신문, 대전일보, 시가 당선

1991년 우리 사랑은 왜 먼 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이게 하는가,

1992년 우리 사는 동안에

1993년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

1994년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1996년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1997년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등.


당신이 저어 주는 커피를 마시며

우리 사랑도 이처럼 따뜻하게

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내일은 주인에게 부탁해 벽난로 위의

저 시계는 떼어 버리도록 해야겠습니다.

어김없이 그 시간만 되면 일어서는 당신.

아아 아무것도 없는,

그대만 있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외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견딜 수 있으나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 못내 괴롭다는 사람들.

이 책은 그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사랑하지 않아야 할 대상을

혼자서 외롭게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1장.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아침 일찍도 오시더군요.

그대인가 했더니,

아침 일찍도 오시는 비.

내 우울함의 시작···.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와는 멀어지도록 노력하라.

좁은 새장으로는 새를 사랑할 수 없다.

새가 어디를 날아가더라도

당신 안에서 날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은 점점 더 넓어지도록 하라.


아침 일찍부터

그립다는 것은 그대가

내 곁에 없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런 그대가 내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내 가슴 한쪽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립다는 것은 다시는 못할 짓이다.


단풍잎 사랑

사랑은 우리에게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멋모르고, 당연히 사랑은

달콤하고 황홀할 것이라고만

상상하던 나에게 사랑은

너무나 혹독한 시련이었다.

살아가면서 유일한 가난함이란

가슴속에 '사랑'이 없는 것임을 말하고 싶다.

비록 슬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 삶이

넉넉할 수 있었지 아니한가.


2장. 차마 하지 못한 말들.

애써 외면하지 말 것.

그가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내가 그대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들,

그 안타까운 마음들이 모두 모여

서쪽 밤하늘에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는 사실.


속마음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 개쯤의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어쩌면 그대가 쓰고 있는 가면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갈대는 서로 기대어 사네

상처를 입었다고 언제까지 그 부위만

움켜쥐고 있을 것인가.

단지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상처가 아니라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상처라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고통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네.

상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각고의 노력을 한다면 말이다.


말은 범람하지만

진정한 대회가 없다

말이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칼이 될 수도 있고

황금이 될 수도 있다.

남에게 희망기쁨을 주는

위로의 말이 있는가 하면

남을 가혹하게 찌르고 상처를 입히는

가시 같은 말도 있다.

자신의 편견, 고집, 질투의 노예가 된 말,

또한 위선과 유혹의 말도 우리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이

요즘 퇴색된 듯싶기도 하지만,

'혀는 자신의 몸을 배는 칼'이라는 격언만큼은

우리가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3장.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너무나 적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만큼 맑고 깨끗하게

당신을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진면목

사랑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쪽은희망, 한 쪽은 절망.

그래서 우리는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면

또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있다.

한순간의 지나침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을 가는 지순한 사랑도 있다.

유치한 반면 성숙하고 고귀한 면도

사랑은 가지고 있다.

자신의 삶 중에 사랑을

간직할 수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깨우치는 당신은 행복하다

행복하길 바란다면 먼저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욕심과 교만, 질투와 시기심 같은

찌꺼기들을 말끔히 쓸어 낸 다음

관심과 사랑이라는 벽지로

마음의 방을 정갈하게 꾸며 놓아야

비로소 행복은 찾아올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쓰레기통

인간에겐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과

'주어지지 않은 것'이 있다.

'주어지지 않은 것' 쪽에 마음이 쏠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불평과 부러움에 사로잡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는 소홀해지고 말 것이다.

그 사람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엄청난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도 모르고서 말이다.

삶은 내게 일러 주었다.

나에게 없는 것을 욕심내기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하고

그것에 감사하기를.

'만족하면 사는 삶'

그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그 길은 어디 멀리 있지 않다.

그 길을 걷자.


4장. 네 가슴에 저무는

한 줄기 황혼으로.

내 모든 것을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이었지만

사실은 하나도 주지 못한 것 같아

그게 더 안타까웠네.

너의 여운이 아직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것처럼

나도 너의 가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싶었다.


주면 줄수록 더 넉넉히 고여오는

진실로 사랑한다면

기쁠 때나 즐거울 때보다

힘겹고 슬플 때 그의 곁에 있어줘라.

그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노라고 말하지 말고

그를 위해 마지막 남은 눈물까지 흘려 줘라.

그러면 그는 세상 모든 걸 잃는다 해도

결코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실의에 빠진 사람을 다시금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주는 사람의 것

사랑은 무엇을 받으려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주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주었기 때문에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계산'이므로.

자기 자신이 주지 않고는 못 견뎌서 주어 놓고

대가를 바란다는 것은

사랑을 강매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사랑은 장사가 아니다.

내가 준 만큼 되돌려 받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손해'라는 생각은 더더욱 갖지 말라.

사랑은 받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것으므로.


주는 만큼 늘어나는 행복

요즘 사람치고 재난에 대비해

각종 보험을 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인생보험은 들었는지?

'자선'이라는 인생보험.

시중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보험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선'이라는 보험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행복을 확실히 보장해 줄 보험이라는 것,

당신은 혹시 아는가?


5장. 텅 빈 관람석

좁은 새장으로는 새를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와는

멀어지도록 노력하라.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할수록

더 철저하게 외로워지는가 봅니다.


사랑은 소리 없이 와서

사랑은 거창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온다는 신호를 내며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발자국 소리도 없이,

아주 작은 숨소리 하나라도 내지 않고

사랑은 다가와서 순식간에

우리를 사랑의 불에 휩싸이게 한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랑이 다가온 뜻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조용하게 떠나겠다는 뜻이다.

올 때도 조용히 왔으니

갈 때도 조용히 떠나겠다는 암시.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떠나갔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사랑했으므로 내 모든 것이 재만 남았더라도

사랑하지 않아 나무토막 그대도 있는 것보다야 낫다.

장작이야 원래 때라고 있는 것.


헤어진 연인에게 신의 큰 축복이 있나니

헤어진 연인에게 가장 많은 신의 축복이 따른다고 말하면

얼굴 찌푸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한번 생각해 보자.

헤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그 못난 점만 보였겠지만

헤어진 지금엔 어떠한가.

그의 괜찮은 모습만

온통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지 아니한가.


사랑은 멀고 높은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슴이 허허로울 때가 많다.

별다른 이유 없이 쓸쓸해지고

공허해질 때가 많은 것이다.

그것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만이 아닌 다른 많은 사람들도

끊임없이 쓸쓸해하고, 외로워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것은 우리 가슴속에

가득 차 있어야 할 사랑이 부족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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