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철
[씹어 먹는 책 이빨]
[불행은 따로 국밥이다]
[불법 사전] [내 머리 사용법]
[학교 밖 선생님 365]
광고 카피라는 건
재치와 통찰을 동시에 요한다.
바로 그런 카피의 정수를,
나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에서 발견한다.
사물 혹은 현상마다 깃들어 있는,
그러나 겉만 보는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 채
지나치는 의미와 가치들을 정철은 발견하고,
느끼고, 재치 있는 문장에 담아 세상과 나눈다.
- 최인아 (제일기획 전무 : 카피라이터 ) -
대학 시절 만난 정철의 글은
창의적 사고에 목말라 있던 내게 단비 같았다.
나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쌓은 지식을 조합, 융합해 창의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연습을 하라.'라고 조언한다.
'창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의문을 만들고,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철 15년 만에 내놓은
이 책은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세상과 사물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관점 변화의 연습장'이 될 것이다.
-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 -
정철은 '말의 맛'을 아는 사람이다.
말을 입속에 놓어 궁굴리고,
공기를 후루룩 빨아들여 뒤섞기도 하고,
쪽쪽 빨아먹기도 해 본 사람이다.
그래서 말을 어떻게 해야 가장 맛있는지 안다.
그런 그가 말의 잔치를 벌인다.
허공중에 말이 퍼져 나가는 모양까지 보여준다.
맛있게 말을 하고 맛있게 말을 들으면
세상에 있는 불행과 분노가
꽤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 김대우 (영화 <음란서생>감독) -
발칙한 텍스트와 괘씸한 비주얼의 유쾌 통쾌한 동거
딱딱한 당신의 뇌를 바꿔 줍니다
1. 습관을 파破하기
#양반
지금 마시는 소주의 양을 반으로 줄여 보세요.
지금 피우는 담배의 양을 반으로 줄여 보세요.
지금 드시는 고기의 양을 반으로 줄여보세요.
지금 지니신 욕심의 양을 반으로 줄여 보세요.
지금 내뱉는 불만의 양을 반으로 줄여 보세요.
양을 반으로 줄인 사람은 양반 소리 듣습니다.
#선물
집들이 선물은 세제입니다.
개업선물은 화분입니다.
추석선물은 상품권입니다.
생일 선물은 생크림 케이크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합니다.
당신도 그렇게 하세요.
선물 받은 사람이
선물 한 사람을 기억에서 지우게 만드는
기막히게 좋은 방법입니다.
2. 상식에 반反하지
#등대
나는 거친 파도를 향해 가려 하는데
너는 안전한 길로 가라 한다.
나는 새로운 바닷길을 열려 하는데
너는 익숙한 길로 가라 한다.
나는 내일을 위해 잠을 자려 하는데
너는 불을 밝혀 나를 깨운다.
네 이름은 등대가 아니라 암초일 수도 있다.
#조심조심
귀 조심.
운전면허 시험에 친구들이 필기시험공부는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했다. 떨어졌다.
입조심.
새벽까지 술 마시고 떠들다가 가는 남편 친구들에게
상냥한 표정으로 또 놀러 오라고 했다.
또 놀러 왔다.
#식인종
혀는 못 먹겠어.
자꾸 거짓말이 늘어.
손도 못 먹겠어.
총 냄새가 역겨워.
머리도 못 먹겠어.
뭐가 들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눈도 코도 귀도 못 먹겠어.
키우고 높이고 꿇고..
제맛이 아니야.
그래, 너희가 이겼어.
3. 편견에 노 NO 하기
#무리
쓰레기 매립장까지 딸려 온 낡은 구두도
잘 살펴보면 한 짝쯤은 쓸 만하다.
무리에 속해 있다 해서
그들이 다 똑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지문의 나라
네 살점을 떼어 준다 해도
네 피를 토해 준다 해도
네 뼈를 부러뜨려 준다 해도
지문은 보여 주지 마라.
네 지문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 등고선을 따라 올라가면
결국 네 학교에 이르고 만다.
죽어서 흙이 된다 해도
지문은 보여 주지 마라.
살아서 출세라는 것을 하고 싶다면
대패로 손끝을 갈아엎어라.
#편식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엄마는 편식한다고 나무랐을 것이다.
네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면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집에 사다 놓는 법이 없었을 것이다.
네가 시금치를 싫어하면
엄마는 시금치를 먹어야 뽀빠이가 된다며
억지로 입에 넣어 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먹기 싫은 음식은
억지로 먹지 마라.
먹기 싫은 것을 먹느니
차라리 나이를 먹어라.
어른이 되는 순간부터
너의 편식은 식성으로 대우받게 된다.
4. 권위에 흥! 하기
#닮은 꼴
▶축구공
4년에 딱 한 달간만 대한민국에 사랑받는다.
나머지 3년 11개월은 본척만척.
▶유권자
4년에 딱 한 달간만 국회의원에게 사랑받는다.
나머지 3년 11개월 본척만척.
#멸치
사람님,
집 크기 가지고 쩨쩨하게들
굴지 마세요.
우리 집은 바다라고요!
님들처럼 재건축이니 리모델링이니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지요.
고래가 세 들어 산다니까요.
알아모셨다면 다시는 내 이름을
멸시라고 발음하지 마세요!
#끝말잇기
암행어사 출두야!
야속하게 왜 이러냐?
나는 인정사정 안 봐주지.
지독하게 걸렸군.
군말하지 말고 무릎 꿇어.
어명이라는 증거 있나?
나의 손에 들려 있네.
네 손에 쥐고 있는 게 뭐지?
지금까지 마패도 못 봤나?
나는 난생처음 보는 메달이구만.
만만히 않게 무식한 녀석.
석사에게 무식하다니.
니가 석사면 난 박사다.
다 해 먹어라, 너 혼자!
자, 어쨌든 무릎 꿇어.
어쨌든 나는 마패 모른다.
다 배우고 모르는 척하는 거지?
지금껏 국사는 공부한 적이 없어.
어떻게 대학은 들어갔지?
지금 대학 입시는 국사 공부한 적이 없어.
어디서 거짓말이야!
야, 난 거짓말 안 한다니까!
까불지 마. 자기 역사를 무시하는 나라가 어디 있어?
어디 있긴? 여기 있지!
5. 긍정을 탐耽하기
#약장사
이 약을 안 먹으면 죽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낫습니다.
안 먹으면 죽고, 먹으면 낫고.
같은 얘기지만 같은 얘기가 아니다.
하나는 위협하고 부정이다.
하나는 희망이고 긍정이다.
우리는 모두 약장사다.
자신의 물건, 지식, 의견을 약이라 우기며
팔아먹고 살아야 하는 약장사다.
당신이 파는 약봉지를 들여다보라.
안 먹으면 죽는 약이 들어 있는가,
먹으면 낫는 약이 들어있는가.
#객석
지휘자가 한 박자를 놓쳐 지휘하면
연주자가 금방 알아차린다.
연주자가 한 박자를 놓쳐 연주하면
청중이 금방 알아차린다.
청중이 한 박자를 놓쳐 박수 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고 싶다면
청중으로 사는 게 좋다.
대신, 죽을 때까지 객석에만 앉아 있어야 한다.
#산
산은 내가 올라가는 만큼
내려온다.
6. 사람에 반하기
#가나다
'가'라고 말하지 마세요.
쉬이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결국 혼자 남게 됩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가라고 먼저 말하지 마세요.
'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세상에 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라고 말하지 말고 우리라고 말하세요.
'다'라고 말하지 마세요.
전부를 가지려는 욕심에 단 하나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누면 커진다는 말을 의심하지 말고 믿으세요.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닫아라.
말이 많은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눈을 감아라.
참견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옷을 여며라.
단정치 못한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칼을 거둬라.
전투적인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뒤를 잠가라.
끝이 흐린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닫고, 감고, 여미고, 거두고, 잠근 다음
지갑을 열어라.
#소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잠시 대화가 끊어졌을 때,
그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조금씩 홀짝거리는 액체로는
커피와 소주가 있다.
그러나 소주라는 놈은
색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온도로 보나,
받아 마시는 그릇의 품위로 보나,
커피에 비해 격이 한참이나 떨어진다.
게다가 이 소주라는 시끄러운 놈은
마주 앉은 두 사람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허물없이 만들어 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어,
커피의 진정한 경쟁 상대라고 할 수도 없다.
적당히 알고, 적당히 친해지고,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하는
요즘 우리에게 소주라는
액체는 쥐약에 가깝다.
7. 세상과 통通하기
#비조직 폭력배
조직폭력배들은 칼과 각목으로,
주먹과 발길질로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의 폭력에 쓰러진 사람들은 피를 토한다.
우리는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머리와 혀로,
키보드와 마우스로 폭력을 휘두른다.
우리의 언어폭력에 짓이겨진 사람들은
피눈물을 토한다.
조직폭력배를 욕하는 우리는
비조직 폭력배일지도 모른다.
#자살
한강대교 난간에 올라섰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찰이 호각을 불기 시작했다.
낙엽처럼 뛰어내렸다.
한강은 꽁꽁 얼어 있었고,
얼음낚시를 하던 강태공 한 사람이 깔려 죽었다.
어떤 자살도 혼자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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