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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산문집

'서른은 예쁘다' 김신회 지음.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by 메멘토모리:)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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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은 예쁘다

 

▶김신회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반듯해 보인다는 말을 듣지만

친한 사람들에게는 맹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애써 꼿꼿한 척하며 살고 있는데도

'좀 독해져'라는 핀잔을 더 많이 듣는다.

외로움을 많이 타지만 내색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늘 칭찬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칭찬에 멋쩍어 한다.

선 자리는 마다해도 술자리는 마다하지 않고

귀여운 것에 무조건 약한 취향,

이제는 고집 좀 버려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오늘도 현실과 싸우고 화해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니까 이미 서른은 됐지만

아직 어른은 되지 못한 사람.


MBC 방송작가 <코미디하우스>, <일밤>, <개그야> 등 ···
책 <도쿄 싱글 식탁>, <가장 보통의 날들>
 


 
 
훌쩍 바뀌어버린 앞자리 숫자가
때론 버겁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난 서른의 내가 좋아.

지난날의 경험으로 좀 더 성숙한 사랑을,
원하면 언제든 훌훌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쌓아온 커리어로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으니까.


남들 눈엔 뻔히 보여도

나만큼은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

노처녀, 아줌마 그리고 건어물녀.


서른에게 연애는

낭만이 아닌 생활이며 꿈이 아닌 노후.

하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은

낭만일 수도,

꿈일 수도 있다는 사실.

비록 언젠가는 깨질 낭만이고

꿈일지라도···


'뭘 해도 재미가 없어'라는

맥 빠진 중얼거림은 잠시 삼켜두자.

대신, 뭐라도 괜찮으니 무조건 해보자.

반복되는 권태에 길들여지거나 다른 게 없어

일과 절친으로 지내는 것보다

유쾌한 취미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는 일,

우리에게 그것만큼 현명한 선택은 없다.


여자는 살면서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상처받는다.

내가 여자고 상대가 여자이기 때문에

더 화가 나고 더 분하다.


아는 게 많다는 건 무서운 것도 많다는 뜻.

어른의 지식은 때때로 이유 있는

두려움을 수반한다.


믿음에 배신당하면 어떡하냐고?

아이들이 그렇듯 잠깐 시무룩해하다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

우리는 이런 시련의 시간 역시 금방 지나가리라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안정장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아니다.

기대와 믿음,
그리고 어느 정도의 용기다.


도시의 여자들은 더 이상 도시를

꿈꾸지 않는다.

'이젠 도시에 질렸어.

조용하게,

단순하게 살고 싶어.'


배를 잡고 깔깔거리다가도

어느새 툭 하고 눈물이 터진다.

대체 내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불쑥 마음속 답답함을 털어놓았더니

너만 그런 게 아니라며 든든하게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마주 잡은 손은 조금씩 온기를 더해 갔다.

그래, 딱 오늘까지만.

내일부터는 안 되는 거야.

우리는 그렇게 또 다른 길로 걸어갔다.


비록 보이진 않지만 확실히 매겨진

등급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어느새 스펙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오빠가 아빠 되고,

친구가 남편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남녀 사이에 그냥 친구는

과연 존재하는 걸까?


내가 술을 좋아하는 걸까.

술이 나를 좋아하는 걸까.

어쨌든 우리는 공생하는 사이가 된 지 오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선 흐름을 타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지루한 꼰대의 길은 접어드는 일은

생각만 해도 외로우니까.


금방 떠날 사람처럼 일상을 살고,

마치 여행하듯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다면

내 일상은 지금보다 더 반짝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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