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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산문집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글·사진|김동영_내 인생 최고의 영광, 순간, 낭비였다

by 메멘토모리:) 2024.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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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글·사진: 김동영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노래 작사.


나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내가 말하던 방식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말하는 법,

내가 먹는 것만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먹는 법,

그리고 옷을 개는 법,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는 법,

그리고 심지어 벌여놓은 짐을 다시 싸는 법까지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나는 그동안 가방 안에 아무렇게 쑤셔 넣은 전선들처럼

엉망으로 엉켜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작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혹은 어디서든,

자기 자신이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보니

마치 내가 때마다 갈아줘야 하는

자동차 소모품처럼 느껴졌다.


내가 없더라도 내가 떠나온 그곳에선
여전히 찬란한 햇빛이 비치고,
새 계절이 올 것이며,
모두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쁠 거란 것 알고 있었다.

오직 나만 홀로 떨어져 나왔으니
내가 그곳을 생각하는 만큼
누군가도 날 기억해 주길 바랄 뿐,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도
세상은 어제와 같을 것이다.
단지 이렇게 조금,
아주 조금 변한 나 자신만 있을 뿐.


#Bad Day in Arizona

세상엔 정말 많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직업이 있다는 건 상상 밖의 일이었다.

그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상상하는 것을 크게 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막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을 테니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니까.

그는 그저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맡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황량한 사막은 그야말로

사람을 아무것도 아니게 한다.


#봄의 버팔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안갯속의 풍경

이것만은 알아둬.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려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 저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꼭 찾아내길 바란다.


#울면서 달리기

갑자기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아무도 보는 이 없었지만

창피해서 얼른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사무쳤는지

한동안 소리 없이 눈물만 계속 흘렸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길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어차피 길 위에는 내 차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슬픈 이방인

이방인이란 그런 거다.

낯선 언어와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풍경 속에서

엄청 눈치 봐야 하는 것.

그 이상은 없다.


#Night for NYC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것.

가난은 숨길 수 있지만,

두려움은 숨길 수 있는 거지만,

외로움은 숨길 수 없는 것.


#제프

인생은 전쟁터라고 하잖아요.

우린 이 전쟁터를 얼마든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답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요.

나는 나를 잘 볼 수 없어요.

거울에 비치는 겉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에요.

숨겨진 나의 진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죠.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기예요.

그러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이 내 것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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