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우(와루)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섬세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작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동아리에서 음악 활동했음.
IT 회사에 근무하면서 네이버에 블로그를 제작하는 그는
자신의 음악, 예술적 감각과 따스한 감수성으로
순수한 감동의 울임을 선사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 <SMILE BRUSH> 400만 명 다녀감.
2008년 파워블로그로 선정.
개인 전시회, 국제 만화축제 그림 출품.
나로 인해 활짝 웃었으면 좋겠어···
지금은 작고 여리지만
지친 아픔을 잠재울 따스함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네가 기대고 있는 벽에 날개를 그려주는 것밖에 없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몸짓이라는 것을 알고..
작은 날개 활짝 펴고 펄럭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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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인생은 마라톤이다.
꽤 오랫동안 달리고 있는데
아직 앞사람이 얼마만큼 갔는지 보이지 않아.
일등을 하겠다는 건 아니야.
결국 일등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니까.
난 이렇게 끝까지 달리고 달려서
꼭 완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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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누가 제일 처음에 이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넘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라는 말이 따라붙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일어나'라는 말이 있어서
이렇게 한 번씩 넘어지고 일어날 때마다
이렇게 아픔을 한 번씩 겪고 이겨낼 때마다
나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어.
씩씩해지고 있어.
하지만 이게 좋은지 모르겠어.
이대로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
그 울보였던 내가..
이렇게 아파도.. 힘겨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게 되는 내가..
정말 좋은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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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특별히 가슴 아픈 일도
별다르게 힘든 일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다'라는
너의 한마디에 위로가 되는 걸 보면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나 봐.
그래도 지금 네가 괜찮다고 말해 주니
난 지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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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끈
신발 끈이 풀리는 이유는
누군가가 나를 추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만 세 번째 신발 끈이 풀렸습니다.
이번에는 잠시 이대로 놔둘 생각입니다.
오늘 신발 끈이 풀려서
나도 오래간만에 너의 생각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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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슬픔 많은 사람들.
아니 슬픔뿐인 사람들.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오갈 수 없었던 나.
잠시나마 그들의 슬픔
대신 짊어지려 했던 나의 교만.
상처 하나 크게 새기고
이제는 잊으려 했다.
하지만 미련으로 붙들린 내 발목
차마 뺄 수 없어 난 오늘도 슬픔을 같이 한다.
뒤돌아서서 그들의 슬픔이 안 보이길 바랐지만
싸늘한 연민으로 다가와 내 등에 붙었다.
미련 없이 돌아설래.
후회 없이 떠나 길래.
나의 다짐들.
이제는 내 손가락 지문 되어
없어지지도 않는 흉터가 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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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가끔씩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헤매는 꿈을 꾸곤 합니다.
길을 찾다가 찾다가
결국 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길을 못 찾는 것보다,
칠흑 같은 어둠보다,
그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내가 길 찾는 걸 포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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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금 넌 나에게 너무 잘해 주고 있지만
이게 너의 본 모습은 아니지?
맞아.
난 지금 착한 곰 탈을 쓰고 있어.
그럼 언젠가는 나도 실망하게 되겠지?
아니.
난 이 착한 곰 탈을 쓰고
널 평생 속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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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가끔씩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 네모난 이 방보다는
신비로운 다른 세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떠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기에는
난 너무 길들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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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계단에서
불편한 어른인께,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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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인어 마을에 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인간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공주는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마녀를 찾아가
자신의 목소리와 바꿔
인간의 다리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인간 남자는 그녀보다
다른 여자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후회는 항상 늦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사랑을 얻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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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아들아,
벌써 10년이나 지났구나.
그때 그렇게 급하게 널 떠나와서
많이 놀랐지?..
그러고 보니 살아생전에
따뜻한 말 한마디 못했구나.
미안하다.
날 용서해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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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 심장 뛰는 소리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손의 떨림이 멈추질 않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을 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준비는 철저합니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내일이 되면..
내일이 되면..
내일 소풍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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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미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
못 나가는가
이것을 결정하는 건
계속 길을 찾는가 안 찾는 가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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