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시인14 원태연 <이름> 한 번 써봤어요. 괜히 한 번 다른 얘기 끄적이다 ······써지길래 이름 석 자 다른 낙서들 사이에 끄적여 놓아봤어요. 그랬더니 한 번 그래봤더니 누가 지어주었는지 어쩌면 그 얼굴과 그렇게 잘 어울리던지 이름만 보고도 내가 내 글씨로 내 연습장에 써 본 그 이름만 보고도······ 한 번 써봤어요. 다른 얘기 끄적이다 이런 줄 알면서도 이렇게 입술 깨물 줄 알면서도 괜히 한 번 ······써봤어요. 2024. 10. 16. 이해인 시인 <겸손> 자기 도취의 부패를 막아주는 겸손은 하얀 소금 욕심을 버릴수록 숨어서도 소금이네 '그래 사랑하면 됐지 바보가 되면 어때' 결 고운 소금으로 아침마다 마음을 닦고 또 하루의 길을 가네 짜디짠 기도를 바치네 무시당해도 묵묵하고 부서져도 두렵지 않은 겸손은 하얀 소금 2024. 10. 4. 원태연 <일기> 자다가도 일어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핏 눈이 떠졌을 때 생각이 나 부시시 눈 비비며 전화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터무니없는 투정으로 잠을 깨워놔도 목소리 가다듬고 다시 나를 재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워낙에 욕심이 많은 것일까 생각도 들지만 그런 욕심마저 채워주려 노력하는 사람이 생겨준다면 그 사람이 채워주기 전에 욕심 따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양치를 하다가도 차가 막힐 때도 커피를 사러 가다가도 생각이 나는 사람 그런 사람 있다면 그런 사람이 나를 원해 준다면 자다가도 일어나 반겨줄 것 같습니다. 2024. 9. 28. 베로니카 A. 쇼프 스톨 <잠시 후면> 잠시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 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너는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너는 어린아이의 슬픔이 아니라 어른의 기품을 갖고서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인생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내일의 토대 위에 집을 짓기엔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 속에 너의 길을 닦아 나갈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햇빛조차도 너무 많이 쪼이면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제 자신의 정원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리라. 누군가 너에게 꽃을 가.. 2024. 9. 27. 이전 1 2 3 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