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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산문집

'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_ 여행 에세이 1996-2012

by 메멘토모리:)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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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작가 대표작 |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 [안녕, 후두둑 씨]

고양이 시리즈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영화 [고양이 춤] 제작에 참여

여행 에세이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바람의 여행자: 길 위에서 받아 적은 몽골]

[물고기 여인숙]

문화기 행서 [사라져가는 오지 마을을 찾아서]

[꾼] [장이]


 

시 쓴다는 놈이 잡문이나 쓰면서

정처 없는 시간의 유목민으로 살았다.

16년 전 더는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택했고,

내내 차가 서지 않는 정거장이나 손님이 끊긴 여인숙을 떠돌았다.

가끔은 '붉은 여행가 동맹'이나 '바람의 여행자 클럽'

동지들과 방향 없이 여행하며

이따금 '구름과 연어 혹은 우기의 여인숙'에서 기약 없이 투숙한다.

 

내 오랜 카메라는 고되고, 손가락은 피곤하다.

자거라, 꼭꼭 발 아픈 길들아, 쓰디쓴 사랑아!


여행에도 방법이 있다면,

내 여행의 방식은

아무런 방법도 구하지 않는 것이다.

한동안 우울했고,

나는 여행 생각만 했다.

닿을 수 없는 당신은 캄캄하기만 해서

나는 거듭 여행 생각만 했다.

만달고비에 가면 사막에 쏟아지는 별들을 만나야지.

브뤼헤에 가면 종탑을 바라보며 오후 2시의 맥주를 마셔야지.

이스탄불에 가면 골목의 게으른 고양이를 받아 적어야지.

퀸스타운에 가면 증기선을 타고 호수를 건너야지.

리장에 가면 너희 집 창문을 열어놓고 노래를 불러야지.

이 모든 공허를 건너가야지​.

창밖에는 눈이 퍼붓고, 나는 여행 생각만 했다.

​당신은 오지 않고, 나는 여행 생각만 했다.

|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에요 |

나이가 들면 시간가속도가 붙는 법이죠.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릴수록 공연히 마음만 분주해지죠.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은 고단해지고

피곤한 몸은 다시 핑계를 만들어대겠죠.

삶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에요.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여행은 멀어져 버려요.

 

떠나고 싶은 순간에 떠나야 해요.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잘만 돌아가요.

그러니 없는 문제를 만들지 말고 그냥 떠나세요.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벨기에의 속담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긴장짜증, 기대설렘

혼합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별것 아닌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공연히 사람을 의심하고,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표정은 굳어지고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진다.

그럴 땐 이렇게 중얼거려 보는 거다.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억지로 웃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나으니까.

| 몽골의 아이들 |

한국의 아이들이 컴퓨터와 tv를 보고 있을 때,

이 아이들은 초원의 지평선구름을 시청한다.

어느 쪽이 더 불행한가, 행복한 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 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은 그렇게 평생을 살면서도

우리처럼 불평불만,

불안 속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보다는 그들이 더 행복해 보인다.

언제나 부족을 느끼며 더 많이 가지려는 쪽은 우리다.

언제나 남을 딛고 올라서 이기려는 쪽도 우리다.

대체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그토록

눈에 을 켜고, 입에 을 물고 사는 걸까.

세상에는 분명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땐 멈춰 서야 한다.

| 결정적 순간 |

세상 모든 것은 결정적 순간을 산다.

사진은 그 순간을 잡아당긴다.

순간의 움직임. 순간의 .

순간의 공간. 순간의 표정.

순간을 시간 개념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순차적인 시간의 돌출이 아니라

'존재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다시는 오지 않을 어떤 한순간.

시공간과 존재가 만나는 어떤 한순간.

직감으로 미끄러지는 생의 한순간.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다.

|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단 한 번도 너를 위해 울지 않았다는 거.

누구와도 취할 때까지 마셔보지 않았다는 거.

하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취해 있잖아.

그러니까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달도 없는 무표정한 밤이잖아.

너무 춥잖아.

| 모든 연애는 신파다 |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사실 세상의 모든 연애는 신파다.

유치한 줄 알면서도 유치해진다.

가끔 그런 유치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 사라진 시간 |

우리는 옛날보다 더 늦게 자고 더 일찍 일어나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 그냥 거기 청춘 |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

어쩌면 그건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1%의 기만일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 뒤에는 아픔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가진 것을 베풀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더 가지려고 광폭해지는 인생.

그런 것이 성공이라면 굳이 성공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아픈 건 어쩔 수 없더라도,

청춘이 아파야 한다는 망언 때문에 굳이 아플 이유는 없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

체념은 나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너무 악화되어 손을 쓸 수 없을 때,

그것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살다 보면 종종 포기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생존을 위해, 사랑을 위해

분명히 싸워야 할 때가 있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항거해야 할 때는 항거해야 한다.

이때는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가 전투의지를 고취시킨다.

체념신념 속에서 오늘도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이며,

누군가의 빛나는 첫사랑이고, 누군가의 잊지 못할 친구이다

누군가의 존경받는 선생이고 믿음직한 제자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이지 않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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