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용혜원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한 잔의 커피가 있는 풍경]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 [그대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둘이 만드는 단 하나의 사랑]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한돌 성결 교회 담임목사이면서 다락방 문학 동인으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각종 기관과 기업에서 강연을 하며,
극동방송을 통해 방송 선교에도 참여하고 있다.
침체된 시단의 분위기 속에서도,
시집 출간마다 독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시문 학계의 활력이 되고 있다.
창밖을 내다봅니다.
즐거웠던 날들을 기억하며
두터운 허물을 벗듯이
그리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동안 비를 쏟아냈던
먹구름도 걷히고
햇살이 환하게 비춰옵니다.
그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리움을 개어놓고
내게로 오지 않겠습니까
#삶
늘
홀로 가듯이
홀로 가듯이
홀로 태어나
늘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홀로 가듯이
홀로 가듯이 살다가
홀로 떠나야 하는
고독한 여정이다.
- 2003년 6월 -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오래전부터 나를 아는 듯이
내 마음을 활짝 열어본 듯이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눈빛으로 마음으로
상처 깊은 고통도 다 알아주기에
마음 놓고 기대고 싶다.
쓸쓸한 날이면 저녁에 만나
한 잔의 커피를 함께 마시면
모든 시름이 사라져 버리고
어느 사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늘 고립되고
외로움에 젖다가도
만나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다.
어느 순간엔 나보다 날
더 잘 알고 있다고 여겨져
내 마음을 다 풀어놓고 만다.
내 마음을 다 쏟고 쏟아놓아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들어주기에
나의 피곤한 삶을 기대고 싶다.
삶의 고통이 가득한 날도
항상 사랑으로 덮어주기에
내 마음이 참 편하다.
#우리가 서로 행복할 수 있다면
뻔한 세상 뻔하게 살아가는데
슬픔이 되어버릴 사랑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서로의 마음을 알고
서로가 사랑했다면
서로가 행복하기를 원해야 합니다.
불행한 종말을 알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쏟아내며
욕망을 연소시키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도록
어리석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랑은 욕심이 없을 때 아름답습니다.
상처를 주고받지 않을 때
그리워할 마음이 생겨납니다.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며
서로를 마음껏 축복해 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혼자만의 만족을 채우려는 욕심이 아니라
서로가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의 참모습입니다.
#이별
너의
차가운 손
서늘한 눈빛
싸늘한 포옹 속에서
이별을 알 수 있었다.
#막막함
기대하던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앞으로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
새로운 변화를 가질
힘마저 빠져버렸다.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어쩌지 못해
삶의 막다른 길목에
홀로 서 있다.
#넥타이
삶과
죽음 사이
잘 매어놓은 끈
#젊은이라면
젊은이라면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걸음걸이가 힘차야 합니다.
패기가 넘치고 열정이 가득하고
두려움이 없이 내일을 향하여
꿈과 비전을 갖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젊은이라면 불의 앞에 항거할 줄 알고
불행한 이웃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젊은이라면 지혜가 충만하고 사랑이 넘쳐서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내일을 향하여 어떤 고난과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과 멋이 있고 가슴이 뜨거워야 합니다.
젊은이라면 승리를 함께 즐거워하고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도량이 있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라면 젊은이다움 패기를 가져야 합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곳에서 잘 때
불을 켜놓는 것은
아직도 두려움을 다 떨치고
살지 못해서다.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는 것도
걱정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자라나기 때문이다.
잠이 깊이 들지 못하는 것은
불안함이 손을 길게 내밀어
마음을 꽉 붙잡고 있는 탓이다.
#떠나가야 하는 삶
모두 다 떠나보내야 한다.
꼭 붙들고 있고 싶어도
세월이 가만두지 않는다.
다 놓자.
다 놓아버리자.
우리의 삶은
떠나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살아서는 가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의자에
잠시 머물다 일어나서 가는 것이다.
떠나가야 하는 삶
서로의 마음에 사랑마저 없다면
서로의 마음에 그리움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훌쩍 떠나가 버린 후
끝내 소식 한 번 없었는데도
그 여운만은 그림자처럼
내 삶에 달라붙어 있다.
잊어버리려고 풀어놓았는데
머물다 간 자리마다
흔적이 남아 있다.
가끔씩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
생각을 만들어놓으니
어제인 듯한 우리의 만남이
흘러간 시간이 되었다.
모두 떠나버렸다.
인생이란 곱씹을수록 단맛이 난다지만
늦가을 나뭇가지에
잎사귀 하나 남아 있듯이
나만 설움이 가득해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삶을 느낄 만한 때가 되면
우리는 삶을 얼마나 깊이 느끼며 살고 있을까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만 있지는 않을까
내 삶도 그들의 삶 속에
빨려 들어가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살다 보면 지루하고 따분해
누군가와 만나고 싶고, 말하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꼭두각시놀음이 싫어
피 같은 후회의 눈물을 흘려도 좋을
미치도록 사랑하고플 때도 있지만
늘 엇갈림 속에 세월은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
갈증이 멎고 삶을 느낄 때쯤이면
어느 사이에 모든 것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겨우 삶을 느낄 만한 때가 되면
살아야 할 시간을 너무나 많이 지나쳐온 것만 같다.
#구두
나는 구두를 사서 신으면
버릴 때까지
거의 닦지를 않는다.
구두가 반짝거리는 것보다
낡아지는 모습 그대로가
편하다.
구두가 너무 반짝거리면
발을 옮겨놓을 때마다
온 신경이 구두에
모여드는 것만 같아
더 불편하다.
새 구두보다는
오랫동안 신은 낡은 구두를 신을 때
더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다.
나의 삶도
나이 들어가는 모습 그대로 살고 싶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갇혔던 곳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나가는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
늘 분주했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걸으면
생각이 새로워지고
만남이 새로워지고
느낌이 달라진다.
바쁘게 뛰어다닌다고
꼭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
삶은 체험 속에서 변화된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기라는 울타리 안에
자기라는 생각의 틀에
꼭 갇혀 있는 사람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
느릿느릿 여유롭게 걸어보자.
너무 바쁘게 살아
시간이 가로질러 갈 때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들을 바라보자.
늘 지치고 힘든 떠돌이의 세상살이
짐스럽고 무거웠던 것들을
잠시 벗어놓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걷는 것이
즐거움일 때 삶이 편하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인적 드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음의 통로도 환하게 넓혀지고
신선한 공기 속에
고요한 시간을 만들면
욕심도 욕망도 다스릴 수 있다.
바쁘고 힘들어 걸음걸이도 지쳐 있을 때
일상을 떠나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
삶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이다.
#우리 걸어보자
잠시 삶의 무게를 벗어버리고
마음 편하게
우리 걸어보자
복잡한 생각을 다 잊어버리고
자연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가볍게 걷고 또 걷자.
나무들이 만들어놓은
숲을 만나면
복잡하게 계산하고 따지던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
마음도 정갈해지고
우리가 어느 사이에
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걸어보자
모든 것을 새롭게 만나면
우리 살아 있음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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