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원태연
1992년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출간.
1993년 시집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1994년 시집 '원태연 알레르기'
1996년 수필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1998년 시집 '사용설명서' 등···
▶그림. 김일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괜찮아
사랑했잖아 네가 그랬고 내가 그랬잖아
그래서 우리는 하나였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했잖아
난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어질 때도 좋았어
재미있고 아름다웠고
꼭 붙잡아두고 싶던 시간을 보낸 거 같아
네가 정말 소중했었어
그래서 잘 간직하려고 해
난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어질 때도 참 좋았으니까
#제발
집에도 가지 마
화장실에도 가지 마
일하러도 가지 마
친구 만나러도 가지 마
담배 사러도 가지 마
오락실도 가지 마
백화점도 가지 마
가지 마
아무 곳으로도
나를 떠나지 마
#순간순간
떠나고 싶어
하지만 한 번도 떠난 적은 없어
이상하지 떠나고 싶어지면 짐을 싸야 하는데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고 있으니까
이것저것
묶였고 묶어버린 끈들 때문에
떠나고 싶단 생각도 금방 접어버려
그때마다 난 떠나고 싶어
#그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사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제일 많이 아는 사람
나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
#안녕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난 그래
그래서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
우린 아마
기억하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사람들이 될 거야
그때마다 난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잖아
생각하면 웃고 있거나 울게 되거나···
그래서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그래
#작은 참새의 옹달샘
이런 날이었다.
외출. 걸음. 차가움. 거리의 한산함.
길은 나에게로 다가오고 목적지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밖으로 나온
이유를 알았다.
겨울은 오히려 여름날보다 더
따뜻했다.
외투. 목도리. 벙어리장갑···
사람들의 온 지. 모든 것이 차가움에
숨을 쉬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포근할 날이었다.
안녕···
언젠가는 꼭
나누어야 할 단어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황동규 시집 (175) | 2024.06.03 |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155) | 2024.05.23 |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용혜원 시집. (168) | 2024.05.18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시집_시간의 바깥에서 너를 읽는다. (142) | 2024.05.17 |
<푸른 곰팡이> 신경희 지음_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오랜 날의 꿈, 슬픔이 떼 지어 다니는 세상에 시詩를 만나러 떠나는 구도의 여정! (104) | 2024.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