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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안녕> 원태연 시집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by 메멘토모리:)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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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저자
원태연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02.12.30

▶작가. 원태연

1992년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출간.

1993년 시집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1994년 시집 '원태연 알레르기'

1996년 수필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1998년 시집 '사용설명서' 등···


▶그림. 김일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괜찮아

사랑했잖아 네가 그랬고 내가 그랬잖아

그래서 우리는 하나였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했잖아

난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어질 때도 좋았어

재미있고 아름다웠고

꼭 붙잡아두고 싶던 시간을 보낸 거 같아

네가 정말 소중했었어

그래서 잘 간직하려고 해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어질 때도 참 좋았으니까


#제발

집에도 가지 마

화장실에도 가지 마

일하러도 가지 마

친구 만나러도 가지 마

담배 사러도 가지 마

오락실도 가지 마

백화점도 가지 마

가지 마

아무 곳으로도

나를 떠나지 마


#순간순간

떠나고 싶어

하지만 한 번도 떠난 적은 없어

이상하지 떠나고 싶어지면 짐을 싸야 하는데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고 있으니까

이것저것

묶였고 묶어버린 끈들 때문에

떠나고 싶단 생각도 금방 접어버려

그때마다 난 떠나고 싶어


#그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사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제일 많이 아는 사람

나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


#안녕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난 그래

그래서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

우린 아마

기억하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사람들이 될 거야

그때마다 난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잖아

생각하면 웃고 있거나 울게 되거나···

그래서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그래


#작은 참새의 옹달샘

이런 날이었다.

외출. 걸음. 차가움. 거리의 한산함.

길은 나에게로 다가오고 목적지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밖으로 나온

이유를 알았다.

겨울은 오히려 여름날보다 더

따뜻했다.

외투. 목도리. 벙어리장갑···

사람들의 온 지. 모든 것이 차가움에

숨을 쉬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포근할 날이었다.


안녕···

언젠가는 꼭

나누어야 할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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