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1984년 인천 출생.
2002년 CF를 통해 데뷔.
2004년 시트콤 <논스톱 5>로 얼굴 알림.
드라마 <서동요>, <열아홉 순정>, <왕과 나>
<최강칠우>, <꽃보다 남자> 등···
흔들리고 부딪히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20대의 자화상 같은 소설.
어쩌면 현실에 부딪히면서 순수함을 잃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지닌 가치가 달라질까.
잠시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 주인공 '연'은
나, 구혜선이기도 하고,
지금 한국에서 20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쓰는 동안 나도 모르는 나를 알게 됐고
조금 더 자란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세상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리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첫사랑, 그것만큼 지독한 게 있을까?
20대의 통과의례 같은 시간들을 되짚어
구혜선이 써 내려간 '청춘의 문장'
잠들지 못하는 새벽의 방황과
가슴 뛰는 설렘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
현실과 순수 사이에서 방황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그리고 세상 모든 '첫사랑'에 대한 트리뷰트.
#칠월의 어느 날
'내가 왜. 내가 왜.'
오늘도 나를 향해 되묻는다.
내가 왜 커피를 씁쓸함에 익숙해져야 할까.
내가 왜 현실의 씁쓸함에 익숙해져야 할까.
그 익숙한 씁쓸함이 달콤해지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계속 그런 고통을 겪어야만 할까.
인정할 수가 없다.
이런 현실을.
나는 커피를 마실 줄 모른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도,
마시는 이유도.
나는 모른다.
모르겠다.
#술, 담배 그리고 나로부터
오늘 그는
유난히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술, 담배
그리고 나로부터.
#내 세상이 아닌 세상
불을 켜고 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내 그림자가 너무 초라할 것 같아서.
내 그림자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아무도 없는 어두운 내 그림자 속에서
하염없이 울고 만다.
#발이 맞지 않는 탱고
처음으로 경험하는 이별,
그것은 너무 지독하다.
그를 놓지 못하는 애증이 돼버린
이 마음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오늘 나는 이제
그 '쓸데없는 힘'을 버리려 한다.
눈물과 함께 몽땅 날려버려야겠다.
희대가 이 꼴을 봤다면
한 대 때렸을지도 모르겠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잔소리와 함께.
#낮과 밤의 경계 <용서>
용서할게요,
당신이 한 모든 잘못을
당신의 눈이 되어 이해할게요.
당신의 잘못은
이제 내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용서란 마음을 비우는 일이죠
마음속에 차오른 감정이
무의미해지는 일이죠
용서할게요,
용서할게요.
#레넌과 요코
정해진 시작점도,
어떠한 약속의 말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이 영원할지는 모르겠다.
잔인한 현실로 인해
변형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그것을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참된 사랑을 그에게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새벽
'시간이 없어요.
우리 좀 더 봐요.
눈을 크게 뜨고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요.
좀 더 숨을 쉬어봐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으려 하지 말아요.
우린 좀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어요.
유쾌하게 웃어넘길 배짱도 필요해요.
당신에게는 더더욱.'
#그는 진짜일까
신선함, 새로움, 설렘의 감정은 짧다.
하지만 그 짧은 감정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불씨가 된다.
그가 남성적이지 않다 해서
여성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남성의 기준과
너무나도 다를 뿐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그 사람 자체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다.
현실 따윈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하늘에서 남자가 뚝 떨어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남자가.
#꿈
꿈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엄마가 흔들어주는 요람을 타고서
비행을 하는 것처럼
심신이 나른해졌다.
#별, 별, 이별
'인간은 어리석다. 나는 어리석다.
남은 것은 많다. 하지만 그가 없다.'
나는 비참할 수밖에 없는 주문을 외우며
나를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겪어야 할
두 번째 이별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이것은 내 미래 그리고 과거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이제야 멈추려는 듯
가슴에 달라붙는 소리를 낸다.
나는 이 소중한 설렘의 뜀박질을
잊고 싶지 않아 소리를 내질렀다.
짧았기에 더욱 강렬했고
가치 있었던 두근거림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부재
그는 이제 없다.
난 그가 없이도 살아야 한다.
이 고통은 내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일 뿐이다.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이유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새로운 세상을 볼 것이다.
내 일상은 변할 것이다.
나는 그 안에서 사소한 기쁨과
달콤한 행복을 발견할 것이다.
그동안 놓쳐버린 계절들처럼
시간의 흐름에 그들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
'운이 좋으면 또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을 거야.'
#무(無)
누가 내 죽음을 기억할까.
누군가에게 꼭 기억되고 싶은 생각도
명예를 얻고자 했던 강박도
이제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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