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작가27 베로니카 A. 쇼프 스톨 <잠시 후면> 잠시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 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너는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너는 어린아이의 슬픔이 아니라 어른의 기품을 갖고서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인생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내일의 토대 위에 집을 짓기엔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 속에 너의 길을 닦아 나갈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햇빛조차도 너무 많이 쪼이면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제 자신의 정원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리라. 누군가 너에게 꽃을 가.. 2024. 9. 27. 김재진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돌이켜보면 모두 사라져 버렸네.밤새워 이야기하던 친구도영화 속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던 발길도 지워져버렸네.십 년 만에 만난 사람 앞에서도 무덤덤한,잠깐 반가움이 지나고 나면 시들해지는,망각만이 유일한 나저기 건물의 유리에 비친 나 또한 내가 아니네.퀭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낯선 저 사내는 도대체 나일 수 없네.황망히 바퀴 굴려알 수 없는 복잡함 속으로 떠나는 저 자동차들만이내가 있는 곳을 안다고 하네.읽었던 한 권의 책머리를 들끓게 하던 한때의 이념열렬했던 사랑마저 내가 아니네.하숙집 벽 위에 붙여놓았던 몇 줄의 잠언 속에도 나는 없네.정말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2024. 9. 19. <소나무 연가> 시인 이해인 수녀님 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 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 홀로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시간들 속에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온몸과 마음이 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 2024. 9. 13. 원태연 <오바이트> 웩웩 더 나올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손가락까지 집어넣고 웩웩 눈물까지 쏟아내며 올려봐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또 웩웩 좀 살아보고 싶어서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어서 저 밑바닥 자리 잡고 있는 사람 이제는 좀 토해내 보려고 또 웩웩 이런다고 나올 사람 아니란 거 너무나 잘 알면서도 도대체가 살아지질 않아서 눈물까지 쏟아내며 또······ 웩웩. 2024. 9. 10. 이전 1 2 3 4 5 ··· 7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