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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모두 사라져 버렸네.
밤새워 이야기하던 친구도
영화 속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던 발길도 지워져버렸네.
십 년 만에 만난 사람 앞에서도 무덤덤한,
잠깐 반가움이 지나고 나면 시들해지는,
망각만이 유일한 나
저기 건물의 유리에 비친
나 또한 내가 아니네.
퀭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낯선 저 사내는 도대체 나일 수 없네.
황망히 바퀴 굴려
알 수 없는 복잡함 속으로
떠나는 저 자동차들만이
내가 있는 곳을 안다고 하네.
읽었던 한 권의 책
머리를 들끓게 하던 한때의 이념
열렬했던 사랑마저 내가 아니네.
하숙집 벽 위에 붙여놓았던
몇 줄의 잠언 속에도 나는 없네.
정말 하모니카를 잃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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