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흘리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학교 성적이
자기가 기대한 만큼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하면서도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 있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검은색 유리로 되어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울 장소가 없어서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마다 서둘러 나가는 곳은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龍과 싸우러 나간다.
피로와, 끝없는 업무와, 스트레스······.
아버지는 날마다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하고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귀가할 때
어머니는 열 번 염려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넘게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 웃음의 두 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간다.
아버지는
집안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를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자식들 앞에서는 기도를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큰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작가 미상-
728x90
반응형
'시_좋은 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면으로 들어가라> 님 까올리 바바 (158) | 2024.05.19 |
---|---|
'나는 배웠다' _ [트라피스트 수도회 출신으로 예수의 작은 형제회를 설립한샤를르 드 푸코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라고 (105) | 2024.05.15 |
<땅은 누워 있는 하늘이다> 정철 '세븐 센스' (118) | 2024.05.12 |
#삶을 위한 지침 (109) | 2024.05.11 |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158) | 2024.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