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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산문집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최갑수 작가_ 몽상가들의 마지막 피난처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시간들 #여행 에

by 메멘토모리:)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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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작가. 최갑수

계간 <문학동네>에 시 '밀물 여인숙'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일간지와 잡지사에서 여행 담당 기자를 하며
'직업'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여행자로 살며 시를 쓰고 글을 짓고 음악을 듣는다.

지은 책으로 시집 <단 한 반의 사랑>이 있고,
여행 에세이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당신에게, 여행> 등이 있다.


여행은 지금 위태롭다.
곧 멸종될지도 모른다.

순례와 모험의 후예인 여행은
지금 전 지구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관광(스펙터클)의 위세 앞에서 초라하다.

센티멘털도 마찬가지다.
센티멘털은 이상 증세로 낙인찍혔다.

센티멘털은 심리학과 사이에서 거세되기 직전이다.
센티멘털은 외롭고 고단하고 쓸쓸한 내가 나에게 보내는 SOS다.
그러니 센티멘털과 여행의 만남은 필연이다.

센티멘털이 흔쾌히 삶을 낭비할 때,
즉 혼자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나로 돌아간다.

이때의 내가 개인이다.
도시적 삶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씨익 웃는 개인.

자유로운 만큼 세련되고,
세련된 만큼 자유로워져 있는 개인!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자.
당분간은 미안해하지 않기로 하자.

당분간은 센티해지자.

[이문재 시인]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서랍을 열어보면

하나같이 하찮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정작 버리려고 하면 물건 하나하나마다

기억이 새로워 도로 챙겨 넣기 때문이다.

서랍 속의 잡동사니들은 추억 때문에

그 양이 좀체 줄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떤 것은 결국 잡동사니로 버려지고

또 어떤 것은 영영 버릴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런데 최갑수의 서랍은 버릴 수 없는

사진들로만 가득하다.

그가 사진들을 서랍에 넣을 때 시가 아닌 사진은

애당초 서랍 속에 넣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최갑수가 한 장의 사진 그 자체로 시가 되거나,

시로 환생할 수 있는 것들만을 골라내는

시인의 눈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는 펜뿐 아니라 사진기로도

시를 쓰는 타고난 시인이다.

그의 서랍 속 사진들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김홍희 사진가]


나는 가끔 갑수의 등을 생각하곤 한다.

단단하고 야무지다.

등이 아니라 갑옷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등에다 카메라와 여행 가방을 짊어진 채

수많은 곳을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딱딱한 등을, 나는 부러워하는 편이다.

갑수가 써놓은 여행의 흔적을 구경하면서

껍질처럼 단단한 등짝의 반대편에 고무공처럼

물렁물렁하고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그의 가슴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가장 이상적인 인간은 딱딱한 등과

부드러운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와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와 어딘가 다녀온 기분이다.

딱딱한 등과 부드러운 가슴을 함께 지닌

여행 친구가 없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등이 딱딱해지지는 않겠지만

가슴은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김중혁 소설가]


몽상가들의 마지막 피난처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신간들

화려한 휴양지도 아니고, 카오산 로드처럼

배낭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와는 상관없는 곳.

라오스 제2의 도시이지만 상주인구가

8천 명 밖에 되지 않는 한적한 시골마을과 다름없는 곳.

하지만 루앙프라방은 시 전체가 유니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유럽풍 건물과 수많은 사원들 사이로 승려와 아이들,

그리고 여행자들이 돌아다니며 만들어내는 경건함과 천진함,

자유로움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 아늑한 공간에서 낙천적이고

순수한 루앙프라방 사람들의 삶을 바라오며

최갑수 작가가 포착한 글과 사진에 흐르는

따뜻한 위무와 감동의 순간!


누구나 자신만의 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 별에 닿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그림을 통해
어떤 이는 음악을 통해
어떤 이는 사진을 통해
어떤 이는 사랑을 통해
에 닿는다.

그리고 내가 그 별에 닿는 방법은 여행이다.
 


 


사무치게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나를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만 같다.

그곳의 이름만 들어도 목이 멘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조금은 아픈 것이 인생이기에.

가고 싶은 곳 하나쯤 가슴에

여미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기에.


기차를 기다리며

밤의 역을 좋아한다.

밤이면 역은 눈동자처럼 외로워진다.

사람이건 계절이건 바람이건 약속이건

기다린다는 일은 무조건 외롭고 외로운 일.

그 맑고 명징한 외로움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다.


슬픈 자세

갈수록 슬픈 자세가 된다.

길을 걸을 때도,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술을 마실 때도,

모든 자세에 슬픔이 깃들어 있다.

손을 가리고 웃을 때조차 슬픔이 묻어난다.

잘 사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기쁜 자세는 어떤 포즈일까?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적막할 것이므로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빠르게 길을 가고 있지만

제비처럼 더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사랑할 시간은 이미 지나가버렸으므로.

머뭇거리는 사이 기차는 떠나버릴지도 모르므로.

그리하여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적막할 것이므로. 막막할 것이므로.

모든 떠나간 사랑이여,

저 꽃 핀 나무 아래에서처럼,

행복하시길. 부디······.


여행, 우리를 위로하는 최선의 방법

인생에서 여행보다 더 큰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없을 거야.

어쩌면 외롭고, 지루하고, 슬프고,

무기력할 때 우리가 달려가야 할 곳은

차가운 바다이거나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 곁인지도 모르지.


육체주의자

많이 아플 때마다, 나는 내가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 몸이 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음이고, 정신이고, 사랑이고 다 필요 없다.

몸이 먼저다.

낯선 곳에서 홀로 아픈 것이 얼마나 처량하고 슬픈지.

비애를 예방하는 것은 우습게도

영양제 한 알일 수도 있다는 것.


홀연 한 여행

여행은 홀연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떠났고

비가 그치면 길을 나섰다.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당연했으며

그렇기에 맹목적이었다.

돌아오겠다는 기약

따위는 없었다.

위험하다고 했지만

위험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었다.

나는 너에게로 홀연히 건너갔으며

나는 두렵지 않았고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다만 너를 여행 중일뿐이다.

잠시 깃들다 가겠다.


알고 있나요?

알고 있나요?

인생의 한순간이 때론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언제나 시작은 사랑이고

끝도 사랑이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길이 우리를 잃어버린다는 사실.


코스모스와 함께 당신을 응원함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일.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열심히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때 당신은

이미 그 일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꽃은 질 것을 두려워하며 피지 않는답니다.


세상의 모든 정거장

나는 어디론가 흘러갔다.

새벽이면 어딘가의 정거장에 분명히 도착해 있었으며

저녁이면 또 다른 정거장을 그리워했다.

'우리는 다만 사라질 뿐이다'

세계는 무한한 정거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정거장에서 태어나 정거장을 지나고 지나고 또 지나

마침내 정거장에서 생의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거장에서 깨달을 예정이다.

세상의 모든 정거장.

최후의 정거장을 향해 한 발 한 발

우리는 발을 내딛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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