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산문집

t 광수생각 그 네 번째 이야기 4 '광수 광수 씨 광수 놈: ' #박광수

메멘토모리:) 2024. 4.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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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 광수씨 광수놈

 

작가. 박광수

[앗싸라비아]
[해피엔딩] [나쁜 광수생각]
[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참 서툰 사람들]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나 자신을 가둬 두었지.
이젠 이런 내 모습 나조차 불안해 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 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것보다 혼자를 택한 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은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깐.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 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진 않아.
이 세상 견뎌 낼 그 힘이 돼 준거야.
힘겨웠던 방황은 ···

-임재범 '비상'-
 


 

내 손에 만져지는 굳은살의 촉감이 좋다.

촉감은 내가 만만치 않은 세월을 견뎌 왔다는 반증이며,

오랜 시간 나와 싸워 온 세상이 내게 내어준 증명서이기도 하다.

이제야 비로소 그 증명서를 들고 늘 먼저 포기했던,

세상과의 싸움에 나서려 하고 있다.

내가 믿는 건 오랜 시간 스스로 견뎌 내며 곱디고운 내 손과

가슴에 만들어진 굳은살 들이다.


너무 오래전이라 '그곳'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곳은

의지만 있으면 갈 수 있지만,

'그곳'만큼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내게 너무나 편안했던,

내게 지금 너무나 간절한,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곳.

엄니의 뱃속.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외로워야

참 여행이라고.

인생이라는 긴 여행.

외롭고 외롭게

사는 나는 지금

그의 말처럼

참 여행을 하고 있는가?


친구는 내 옷과 같은 존재입니다.

친한 친구는 오랫동안 입어서

내 몸에 잘 맞는 편안한 옷 같습니다.

오래된 옷은 나와 같이 보낸 시간만큼이나

낡아 있기에 보기엔 좀 안 좋을지 몰라도

처음 옷을 사서 입었을 때의 깔끄러움이나 어색함이 없습니다.

또 나의 무릎 높이에 꼭 맞추어 옷의 무릎 부위도

헐거워져 있기 때문에 편안합니다.

그럼에도 우린 그 편안함을 낡은 것이라 치부하고 새 옷을 사려합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당신이 가진 옷 가운데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옷이

가장 낡지 않은 옷이라는 사실을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은 다 당신 마음대로 지요.

당신의 뜻대로 ···

취할 수도 버릴 수도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그러나 당신이 가진 것 중 단 하나는

당신이 딴 곳으로 옮길 수도,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습니다.

온전히 당신 것이지만,

또한 온전히 당신 것이 아닌 그것은

제가 예전에 당신께 드렸던 '제 마음'입니다.


 

사랑이라는 말...

우리는 그렇게 용광로처럼 사랑했지만

한 번도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어요.

너무 깊이 사랑하면 이미 그런 단어는

흩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듯해요.

이미 몸에서 동작으로 말이 만들어져 버려요.

문득 바라보다가 슬쩍 같이 웃으면,

그게 어느 말보다 더 강렬하고 뚜렷하죠.

나라도 그랬을 거예요.

난 그가 그리울 때마다

그 백지를 들여다보곤 했어요.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아니, 언어로 정리되기를

거부하는 그 어떤 마음.

-한창훈 '먼 곳에서 온 사람' 중 -


친구들이 말한다.

술 좀 적게 마시라고

그러다 죽는다고···

하지만 나는 사실 술 그 자체를 좋아해서

죽기 살기로 마시는 것이 아니다.

단지 술이 잠시나마 내 어지러운 모든 것을 잊게 해 주니까,

술의 힘을 빌려 그 모든 것을 잊으려는 것이다.

그렇게 잠시나마 현실 속의 나를 잊음으로써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걸 게다.

하지만 나는 안다.

술은 많은 것을 잊게도 하지만,

때로는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잊자고,

즐겁자고 마신 술로 인해

더 괴로워지기도 하는 법이다.


작은 물웅덩이.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담지 못할 것 같은

작은 물웅덩이···

물끄러미 들여다본 물웅덩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하늘, 조각구름,

바람, 나무

그리고 못난

나마저도 담고 있다.


팔월.

태양이 내리쬐는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그늘은 더없는 휴식처지만,

평생을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그늘은 슬픈 것이다.

팔월.

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짙다.


아이들에게.

아내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목욕도 아내가 더 잘 시키고,

도 더 잘 갈아입히고,

도 아내가 더 잘 재우고,

노래도 더 잘 불러주고,

신발도 아내가 더 잘 신기고,

동화책도 더 잘 읽어 주고,

심지어 혼내는 것도 아내가 더 잘한다.

내가 아내보다 아이들에게

더 잘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아이들을 꼭 안아 주는 것.


눈이 안 올수록, 애타게 눈을 기다린다.

난 눈을 사랑한다.

내가 눈을 사랑하는 까닭은...

눈은 이 오면

소멸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소멸되는 것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렇게 소멸되기 직전의

마지막 미소가 아름답다.


그해 봄.

나는 시계탑 아래에 서서

끝끝내 나오지 않을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같이 서 있던 이들이 하나 둘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어디론가 가고 이제 나 혼자 남았다.

혼자 남아 기다리는 그 긴 시간 동안

끝내 나와 주지 않은 그 사람이,

그리고 기다려 주지 않고 흐르는 시간

얼마나 야속했던가.

시간아 먼저 가라.

나는 좀 늦을 것 같다.

나는 여기 남아서

그 사람을 기다려 보련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았다.

그 속에는 날개를 잃은 채 지친 모습의 내가 서 있었다.

내 날개는 예전처럼 윤기탄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세파에 밀리고 지쳐 한껏 오그라든 날개

쉽사리 펴질 것 같지 않았다.

조그맣게 용기를 내어 접혀있는 날개를 펴 보려고 했다.

오래도록 쓰지 않아서일까?

날개는 생각처럼 쉽게 펴지지 않았다.

호흡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다시 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주문을 걸었다.

그러곤 용기를 내어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날개를 파닥거려 보았다.

그렇게···날개가 펴졌다.

누군가 그랬다.

하느님께서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심은

나에게 있는 날개의 존재를 알려주시려 함이라고.

예전만큼 화려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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