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산문집
<초콜릿 우체국> '황경신' 한뼘 스토리_ 에세이
메멘토모리:)
2024. 4. 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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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꿈은 동화를 쓰는 것이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면서 그 꿈은 잠시 미루어둔 채,
PAPER를 만들면서 또 '뭐라고 장르를 규정지을 수 없는'
글들을 쓰면서 놀고 있다.
PAPER를 통해 세상에 나왔던 이 글들 중
몇 편이 MBC 한 뼘이 드라마를 통해 영상화되면서,
지문과 대사로만 이루어진 대본을
만들어내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아마추어 록밴드에서 키보드를 쳤고,
이즈음에는 재즈 피아노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영원의 음악 - 요한 세바스찬 바흐,
영원의 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세상의 충만한 기쁨 - 비틀즈,
그리고 모든 생명의 - 어디에나 존재하는 유일한 그분을 사랑한다.
만약 당신이 '사금 바리 같은 슬픔의 도시'에 있었다면,
그 도시를 떠나 '무엇이든 사라지고 나타는 마을'로
'여행'하는 중에, '어딘가 불빛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 아늑한 의자에 앉아 우아한 음악을 들으며
와인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다면',
그러면서 무엇인가 읽고 싶다면
이 책은 아주 유용할 것 같다.
'비밀스런운 잉크'로 희어진 듯한 따뜻하고
감각적인 글에 담긴 '특이한 풍경'들이
'어느 순간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서,
기다렸다는 듯이 스윽, 하고 당신을 끌어들인다'.
'반드시 보장'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모든 것은 한결 나아져' 있을 것이다.
<성석제 소설가>
나는 순수를 믿지 않는다.
순진함을 믿는다면 믿을까.
나이 든 여자를 신뢰하기는 더 힘들다.
그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교활한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경신의 글을 읽을 때마다
방기 해두었던 순수가 피하지방처럼
마구마구 밀려나오는 것이다.
도대체 나이들 만큼 든 여자가 보여주는
순수가 이렇게 탈지 될 수 있는 걸까?
그녀의 문장은 왜 그렇게 착한가?
황경신의 동화는 이솝의 지혜나
그림동화식 심란함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금방 씻어 체에 밭쳐 둔 아침 샐러드처럼
청결한 어조로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생생함조차 하나의 동화 속에
갇혀 있을 뿐이라고 말할 뿐이다.
그 말이 맞다.
세상은 동화나 같다.
이 순간 이토록 생생한 질감도
며칠 후면 꿈처럼 흐릿해지니까.
<이충걸 GQ KOREA 편집장>
감정을 숨기기에는 너무 오래된 존재가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오는,
부딪치면 상처를 받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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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분야에 뛰어들어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알레르기의 시작'과 '발병'의 내용을 참고하며
초록병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그전에 '짧은 사랑'을 해야겠지만.
그 사랑이 끝날 때까지
이 '짧은 봄날'도 가버리지 않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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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가끔 그런 일들이 생기는 법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
해결할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고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는 일들.
체념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고, 다시 일 년이 흘렀다.
체념과 탄식이 무겁게 흐르던 그 공간,
그리고 아무런 미래도 꿈꾸지 못하던 인형들의
텅 빈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
나로서는 해결할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고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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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번째 슬픔의 도시였을까.
태어나서부터 줄곧,
슬픔의 도시만을 통과해온 느낌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번번이,
먼 길을 힘겹게 걸어 도달하는 곳이
슬픔의 도시들인지,
나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길을 걸을 때면 어디에라도
서둘러 도착하고 싶어진다.
도착만 하면, 이번에는 좀 더 나은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예상은 언제나 빗나갔다.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내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들은 어느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나서
기다렸다는 듯이 스윽, 하고 나를 끌어들인다.
나는 그저 빨려 들어갈 뿐이다.
오랜 여행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 있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는 나을 수도 있어, 하고
도시가 나를 끌어가는 대로 맡겨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나은 곳까지 가고 싶다.
제대로 된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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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영원한 조연,
스핑크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도 피라미드 앞에
조용히 앉아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더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기 위해
잔뜩 고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목숨이 아깝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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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타 들어오는데
그대는 나를 위해 무슨 집을 지어주고자 하는 것인가
무슨 검은 글자를 써주고자 하는 것인가
죽은 자들의 장소는 어디인가
죽은 자들은 우리들처럼 길을 걷는가
그들은 말을 하는가,
그들의 말은 우리보다 진실한가
그들은 나뭇잎의 혼인가,
나뭇잎보다 더 높은 나뭇잎의 혼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걸어갈 것이다
끝없는 하늘의 폐허 위를
목적지가 멀리서 나타날 것이다
생생한 빛 속에 운명과 같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었던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우리들 앞에 살라망드르의 땅으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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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은, 계속해서 살아 있고 싶은 것은,
사소하고 시시한 이유들 때문인지도,
하지만 그것들이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거라면,
그건 더 이상 시시한 이유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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