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메멘토모리:) 2024. 5. 23.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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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아무도 없는 골목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 후회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잠언 시집을 읽으면서 그날 흘린
나의 외로운 눈물을 위로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신은 이 시집을 통해 당신의 인생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이 그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집은 하루하루 상처받고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시인들의 크나큰 선물이다.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진정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 정호승 시인-


깊은 강은 물결을 속으로
숨기고 흐르는 법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따라 읽다 보면
깊은 강물의 호흡이 느껴진다.

꾸밈없는 리듬, 옆 사람에게
조용히 읊조리는 듯한 어조,
난해하거나 모호하지 않은 언어들이
소리 없이 흐르는 것 같다.

만약에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한 마디
잠언에 마음을 적시게 되거든
그 페이지를 반드시 접어둘 일이다.

그렇다. 다시 펼쳐 읽고 싶은 시 한 편 때문에
우리는 또, 살아가는 거다.

-안도현 시인-




#여행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잘랄루딘 루미(회교 신비주의 시인)-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임옥당-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 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자디아 에쿤다요 (32세. 수혈 중 에이즈 감염)-


#어느 9세기 왕의 충고

너무 똑똑하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 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 너무 침묵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너무 겸손하면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말이 많으면 말에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코막(9세기 아일랜드의 왕, 아일랜드 옛 시집에서)-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돼라.

-엘렌 코트-


#해답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거투르드 스타인-


#알 필요가 있는 것

당신이 꼭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꼭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도 없다.
정말로 당신이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을 만지면 화상을 입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는다는 것쯤은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일본 교토의 어느 선원에 걸린 시-


#술통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동이 샐지도 몰라.

-모리야 센얀 (일본 선승, 78세)-


#한밤중

'한밤중에 자꾸 잠이 깨는 건
정말 성가신 일이야.'
한 노인이 투덜거렸다.

다른 노인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 그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지.
안 그런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고 웃었다.

-아모노 타다시 샤론 도 제공-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서 걷고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은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 자가 바로 나이다.

-후안 라몬 히메네스 (라틴 아메리카 시인)-


#내 무덤 앞에서

내 무덤 앞에서 눈물짓지 말라.
난 그곳에 없다.
난 잠들지 않았다.
난 수천 개의 바람이다.
난 눈 위에서 반짝이는 보석이다.
난 잘 익은 이삭들 위에서 빛나는 햇빛이다.
난 가을에 내리는 비다.
당신이 아침의 고요 속에 눈을 떴을 때
난 원을 그리며 솟구치는
새들의 가벼운 비상이다.
난 밤에 빛나는 별들이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라.
난 거기에 없다.
난 잠들지 않는다.

-작가 미상 (신문 칼럼을 통해 저자를 찾는다고 하자
수십 명이 자신이 쓴 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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