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끌림' 1994-2005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여행에세이 #포토 #감성충만
▶ 작가.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눈사람 여관]
[찬란] [바람의 사생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그래요.
한 사람의 것만으론 가닿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엔 턱없이 모자라고 또 모자란 것,
그래서 약한 물살에도 떠내려가 버리고 마는 것,
한 사람의 것만으론 이어 붙일 수 없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을,
아니 다시 태어나야 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진 게 없어 불행하다고 믿거나 그러지 말자.
문밖에 길들이 다 당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주인이었던 많은 것들을
모른척하지는 않았던가.
인도
아마도 의심하지 않는대서
그 모든 '순탄함'은 가능했으리.
인도는 그런 곳이다.
믿지 말아야 할 것 투성이지만
결국은 믿고,
껴안아야 할 것들이 수두룩한 나라.
아무것도 아닌 나라 같지만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어
충분하고도 충분한 나라.
'아비'의 맘보
아프지 마.
아프더라도 10분만 세게 아프고 말아.
네가 그 아픔을 남에게 전가하려 든다면
그 사람도 아플 거거든.
그가 조금도 아프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자기 아픔을 다 쏟아놓지 마.
그럼 애초 앓던 그 사람 아픔은
숨이 막혀 곱절이 돼버리거든.
거북이 한 마리
거북이는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 테니까요.
도망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내가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사람의 이야기.
멀리
가야지요.
차곡차곡 쌓은 환상을 넘겨보려면...
가야지요.
때론 그것들이 조용히 허물어지는 것도 봐야죠.
시간을 달라.
당신은 모든 것에 있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을 향하는 시간.
약속 장소에 나가는 시간.
비디오로 본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나서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당신은 스톱 버튼을 누르며,
심지어 전화받을 때도 벨이 다섯 번 이상 울린 후에야
겨우 받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러니 당신에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랑하는 일에도
당신은 똑같은 속도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그게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 시간을 송두리째 나에게 내줄 수 있냐는 거다.
그러니 나에게 시간을 달라.
나에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 영화 <아비정전> -
그래서 넌 지금 그곳에 없구나.
눈 마주치는 일조차 미안한 일이 될까 봐 어느 먼 곳,
아무도 없는 역에 내려 '난닝구'바람으로
혼자 맘보를 추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혼자는 추지 말고 아픔과 함께 추어라.
대신 얼마나 힘이 됐는지 아픔은 모르게 하라.
왜 이럴까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고 탓하지 마세요.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럴까...)라고 늘,
자기 자신한테 트집을 잡는데,
문제는 있는 거예요.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고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